귀향 Spirits' Homecoming (2015)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께서 심리치료 중에 직접 그리신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두레소리'를 연출했던 '조정래'감독이 부족한 제작비를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우선 이 작품이 개봉을 하게 된 것에 대해, 그리고 관객들의 큰 관심에 어쩔수 없이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가 개봉관을 내어 준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 본편은....슬픔을 강요하는 작위적인 드라마 연출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상당히 희석시켜버렸습니다. 사실에 근거한 내용들의 나열을 제외시키고나면, 연출적인 기교나 스토리텔링을 이루는 구성들은 유감스럽게도 퇴보적입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지나친 신파적 요소는 어느정도 절제해가면서 연출되기를 바랬는데, 관객들의 감정과잉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인물들을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부치며 처절한 '극'의 희생양으로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은 불편하기까지 하더군요.
잔인무도한 일본군에게 짓밟혔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그분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자 했던 '조정래' 감독의 제작 의도는 좋았지만, 그래서 '더' 잘 만들어져야 했기에, '더' 깊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되어버려서 여러모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과 함께 스크린을 빼곡하게 메우는 후원자 명단이 소개되는 10여분의 마지막 엔딩크레딧에서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꺼라고 생각됩니다.
최근에 '귀향' 관람을 가지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꺼라고 생각되는데요. 저도 위에 리뷰를 작성하면서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고, 이 작품이 가진 연출적인 취약점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한편을 찾아보는게 낫다'라는 평까지 보게 되니, 어렵게 제작되어 정말 더 어렵게 영화관에 걸린 이 작품이 많은 분들이 관람하지 못한 채로 개봉을 마치는건 아닐까 싶은 걱정도 생기게 됩니다.
네, 여유롭지 못한 후원 제작비로 투박하게 만들어진 이 작품보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편 보는게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컨텐츠가 가질수 있는 대중적인 호응과 화제성은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한 언론매체에서는 '귀향'의 관람 행렬을 한일 정부간의 '군위안부 문제 타결'을 반대하는 '시위'행위로 표현하기까지 하더군요.)
지나간 역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일부 젊은 세대들, 혹은 어르신들께서도... 왜 많은 시민들이 '위안부 소녀상'을 혹독한 겨울 추위에 고생해가면서 밤낮으로 지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전범국'은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이 아직도 자신들이 저질렀던 추악한 만행들을 고작 '품돈 몇푼'으로 무마하려는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기에 사상 최악의 그 범죄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두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추천드리기에는 연출적인 면에서 헛점이 너무 많고, 30년전에나 유행했을법한 신파장르의 단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작품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했던 문제를 스크린에 옮겨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제작진들의 노력과, 순탄치 못한 제작 과정에서 7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후원 참여로 더 깊은 의미가 부여된 이 작품을 많은 분들께서 직접 관람하시고 각자 판단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