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ROARING CURRENTS (2014)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을 감상했습니다. 표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영화 '최종병기 활'을 만든 '김한민'감독의 작품이였기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이 되었고, 다른 분도 아닌 무려 '이순신'장군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또 다른 좋지 못한 논란에 휩싸이면 어쩌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정말 존재했었을까 싶은 위인인 '이순신'장군을 대형스크린을 통해 꼭 뵙고 싶었던 마음이 더 간절했기에 개봉 당일 바로 예매를 해서 관람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의 영화적인 연출력은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가는 주요캐릭터들은 아군과 적군 진영 모두 밋밋하고 평면적이며, 그러다보니 등장인물들간의 갈등요소도 예상 가능한 범위내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못해,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긴장감의 형성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시사회 이후에 공개된 긍정적인 후기 내용들과는 다르게 영화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혹평에 가까운 평점을 부여했는데, 그 혹평들이 어느정도 수긍이 갈 정도로 이 영화에서 마이너스로 작용되는 단점은 꽤 크게 부각되는 편입니다.
관객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지 못하고, 너무 인위적으로 이끌고 가려고 작정한 듯한 과도한 음악의 사용도 귀에 거슬립니다. 특히 왜군이 등장할때 울려퍼지는 험악한(?) 스코어는 흡사 70~80년대 국내에서 제작된 만화영화에서나 사용되었던 '악당들의 메인 테마곡'처럼 들리기도 해서 민망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든 단점들을 크게 상쇄시키는 요소는 역시 배우 '최민식'의 완벽한 열연이고, 그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엄청난 부담감을 안으면서까지 연기한 '이순신'이라는 인물입니다. 제가 영화의 평가를 내릴 때, 주연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매력이 얼마나 잘 표현되었는지를 주요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만큼은 감성적인 부분이 이성적인 판단 기준을 흐릿하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자신을 파면까지 시켰던 왕과 전투력을 상실한 채 두려움에만 떨고 있는 병사들을 짊어지고 쇠약해진 수장으로서 깊은 고뇌에 괴로워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이 이야기의 큰 줄기가 픽션이 아니기에, 드라마적인 디테일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표현한 연출에서는 눈물이 고일만큼 주인공에게 동요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명량해전의 연출은 한시간 가까이 다루고 있을 정도로 긴 호흡의 해상 전투 액션과 물량적인 면에서도 공을 많이 들였는데, 개봉전에 공개된 예고편에서 지적되었던 어색한 C.G는 후반작업을 더 거쳤는지 완벽한 느낌까지는 아닙니다만, 극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낮은 퀄리티는 아니여서 괜찮았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여러 단점이 명확히 노출되는 영화이고, 최근 트렌드에 걸맞는 연출적인 세련미나 개연성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투박하면서도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연출된 정공법은 스크린을 튀어 나올듯한 실존인물 '이순신 장군'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융합되면서 관객을 완벽하게 흡수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P.S
왜군 진영에 대한 전반적인 묘사에 제작진의 정성이 느껴지는데, 특히 왜군의 갑옷이나 왜선의 내부 세트 구성은 K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보다 확실히 한층 디테일한 미술을 보여주더군요. '류승룡'이 연기한 '구루지마' 캐릭터는 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한축'이라 할만한데, 극 초반에서 풍기던 존재감 강한 카리스마를 후반에 너무 쉽고 엉성하게 소모시켜서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