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Stoker (2013)
박찬욱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스토커'를 관람했습니다. 불행하게 아버지를 잃은 소녀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고 소녀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스릴러 '스토커'는 포털사이트와 TV매체 등에서 열심히 홍보했던 것에 비해 상영관수 확보는 상당히 초라했는데, 최근 '제니퍼 로렌스'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역시 국내에서는 너무도 귀한(!) 상영관수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볼수가 없었던 점을 상기시켜보면, 요즘 국내 극장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랙스의 장삿속에 어쩔수없이 선택의 폭을 제한당하는것 같아 상당히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_-;;
우선 주연을 맡은 '미아 바시코브스카'를 비롯해 '니콜 키드만', '매튜 구드'의 호연이 예상했던것 이상으로 돋보였는데요. '팀 버튼'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소녀적이면서도 중성적인 앨리스역으로 눈에 띄였던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세밀해진 연기를 선보였고, '디 아더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니콜 키드만'은 역시 그명성 그대로 관록있는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그동안 크게 내세울만한 필모그래피가 부족했던 배우 '매튜 구드'마저도 '박찬욱'감독이 '스토커의 진정한 발견'이라고 극찬했던것만큼 다중적인 싸이코패스 역을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해내었습니다.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이 어떤식으로 흐를지가 뻔히 보이는 진부하고 빈약한 각본때문인지, 독립 예술영화를 보는 듯한 상당히 느린 호흡의 연출과 난해하게 뒤틀어놓은 편집, 그리고 그동안 박감독님 작품에서 봐왔던 상징 및 은유에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느낌도 드는 작품이였는데, 이러한 점은 '친절한 금자씨'나 '박쥐'등에 열광했던 매니아분들에게 더욱 탄성을 지르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그러한 이유로 일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접근하기 까다로운 불편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할때 저를 포함해 스무명정도 남짓한 관람객이 있었는데, 영화가 끝난후의 반응들은 역시 예상대로 시큰둥한 표정들이 주를 이루더군요 ^^;;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에게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영화를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당연히 박찬욱 감독도 전~~~혀 그럴 마음이 없으실테구요.) 하지만 감상자를 압도하는 스타일리쉬함과 매력적인 비쥬얼이 넘쳐났던 미장센, 그리고 완벽한 대중성을 골구루 지녔던 '올드보이' 같은 작품은 하나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감상한 후 '조금만 더 대중적이였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생기긴 했습니다만,("이정도면 충분히 대중적이야~!!"라고 발끈하는 박감독님 팬분들 소리도 들리는 듯..^^;;)... 그래도 거대한 헐리우드 시스템속에서 탄탄하지 못한 각본으로 허둥대지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정주행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연출력은 이 작품이 헐리우드 예산과 배우들로 이루어진 작품이기에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였습니다.
오프닝 크레딧에서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의 이름이 제작자로 지나가고 '감독 박찬욱'으로 마무리되는 광경을 대형 스크린으로 지켜보는건 상당히 짜릿(!)한 경험이였어요~!! ^^
P.S
저조한 성적의 국내 흥행과는 다르게 지난 1일 미국에서 개봉한 '스토커'는 첫 주말 158,800달러를 벌어들이며 저예산 영화로서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고 합니다. 7개 극장에서밖에 개봉하지 않았지만 극장당 평균수입이 좋은편이라 개봉관수를 늘릴것으로 예상이 되며, 당초 기대했던것 이상의 성적을 북미에서 거둘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